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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책과 사유

트라우마와 회복

하이비 2021. 10. 2. 19:58

평범한 사람이 외상 사건으로 인해 신학자, 철학자, 법학자가 된다.

이제 생존자는 한때 품었으나 외상으로 파괴당한 가치와 신념을 명료하게 표명하라는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텅 비어 있는 악에 대면하고서 침묵하게 된 그녀는 알려져 있는 어떠한 이론 체계도 충분치 못하다고 느낀다.

모든 세대와 모든 문화의 잔학 행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증언이 오로지 하나의 물음으로만 수렴되는 지점에 이른다. 격분이 아니라 좌절감이다.

그들은 묻는다. '왜?'

정답은 인간의 이해 너머에 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물음 너머로, 생존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물음에 대면한다.

'왜 나인가?'

운명이 지닌 임의성과 무작위성은 세상이 정의롭고 예측 가능하다는 기본 신념을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외상 이야기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생존자는 죄책감과 책임이라는 도덕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겪지 않아도 됐을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납득시켜 주는 신념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생존자는 단지 사고하는 것만으로 의미를 재구성할 수 없다.

부당함을 고치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생존자는 무엇을 행할지 결정해야 한다.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pp. 296-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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